<37> "천주님을 믿어 영생을 얻으시요"
<안중근 대학> 길원 남태욱 교수의 대한국인 안중근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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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盡甘來고진감래: 쓴맛이 다되면 단맛이 난다 즉 고생 끝에 복이 온다는 말

안의사 일행은 다시 산을 넘고 내를 건너 방향도 모르고 갔는데, 언제나 낮에는 엎디고 밤
길을 걸었으며, 장마비는 그치지 않아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몇날 뒤 어느날 밤, 또 집 한채를 발견하고,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불렀더니, 웬걸 "너는
필시 러시아에 입적한 자일 것이니 일본 군대에 묶어 보내야 겠다"하며 몽둥이를 들고 나
와 휘두르면서 같은 패거리를 불러 묶으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도망치는 수
밖에....
도중에 일본군 보초를 만나 캄캄한 데서 서로 총질을 하기도 하고....
감히 큰길로는 다니지 못하고 산속으로만 피해 다니길 4,5일..., 전과 같이 밥을 얻어먹지
못해 춥고 주린 것이 전보다 더 심했습니다. 동행하는 두사람을 보니 사람이로되 땅속에
숨어 지내는 두더지 신세가 되자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해 죽음이 자꾸 눈앞에 아른 거리
는 폼이었습니다.
이를보고 안의사는 두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두형은 내 말을 믿고 들으시오. 세상에 사람이 만일 천지간의 큰 임금이요 큰 아버지인 천주님을 신봉하지 않으면 금수만도 못한 것이오.
더구나 오늘 우리들은 죽을 지경을 면하기가 어렵게 되었으니, 속히 천주예수의 진리를 믿어, 영혼의 영생을 얻는 것이 어떻소?

옛글에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였소. 형들은 속히 전일의 허물을 회개하고 천주님을 믿어 영생하는 구원을 받는 것이 어떻소?" 하고는, 천주가 만물을 창조해 만드신 도리와, 지극히 공번되고(공평하고), 지극히 의롭고, 선을 상주고 악을 벌하는 도리,예수그리스도가 세상에 내려오셔서 세상을 구하는 도리를 낱낱이 설명했더니, 두 사람이 다 들은 뒤에, 천주교를 믿겠노라고 하므로, 곧 교회의 규칙대로 이마에 물을 붓고 오른 손으로 십자 성호를 그으며,"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아무 아무개에게 세례를 줍니다"하는 의식(이를 대세라 한다---필자)을 베푸셨습니다.

지난번 언젠가 밤에 필자는 아내와 함께 롯데 시네마란 곳에서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
화를 봤는데, 말하자면 일본에 옛부터 전래된 무사 계급인 사무라이 집단이 최종적으
로 신식 대포와 기관총 소총앞에 궤멸되는 영화였습니다. 안의사 출생(1879년도) 무렵 벌
써 미국이나 유럽이나 일본이 산업화 되면서 농경시대의 주무기였던 칼, 창, 활, 표
창... 대신에 총으로 무장한 신식군대가 구시대적인 무사나 영웅을 때려 눕히고 세력교체
를 이룬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영화제목에 걸맞는 핵심입디다. 마지막 사무라이가 비록
죽지만 사무라이답게 명예롭게 비장한 죽음을 장식함에 전 일본의 신식군대가 무릎을 꿇
고 조의를 표하더라 이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고, 죽은 자보다는 산 자가 승리자인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정신자세가 살아 있으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요 패배해도 패자가 아니라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오늘 안의사께서 행하신 '대세'(代洗)는 이러한 사람다운 정신자세를 살리자는 것입니다. 죽더라도 개죽음이 되게 하지 말고, 하느님 품에 안겨 영생을 누리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숭고한 무사도의 발로였습니다.

대세 의식을 마치고 전보다 훨씬 안정된 마음으로 행군을 계속, 다행히 깊은 산 외진 곳에
집 한 채를 만나, 문을 두드려 주인을 부르니, 한 늙은이가 나와 방 안으로 영접해 들이기
에, 인사를 마치고 밥을 달라고 청했더니, 말이 끝나자 곧 동자를 불러 음식상을 가득히
차려 내 왔습니다.

산중의 별미인 산나물과 과일하며를 염치불구하고 한바탕 배부르게 먹은 뒤에 정신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개 열 이틀동안에 단 두끼 밥을 먹고 목숨을 건져 여기까지 온 것이었습니다.
밥맛이 꿀맛이었습니다. 고초가 심했으니 그 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苦盡甘來란 이런때 쓰는 말입니다.

기사입력: 2010/01/01 [21:16]  최종편집: ⓒ 안중근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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