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마지막 총알로 '내 안의 이토'를 쏴라
<추천칼럼> '내 안의 이또'는 분단과 분열 오만과 편견이다
 
정진홍
▲  중앙일보 정진홍 논설위원
# 100년 전 오늘 만주 시찰에 나선 69세의 추밀원 의장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데스레이 마루호를 타고 중국 다롄항을 향하고 있었다. 한편 31세의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시 자신의 왼손 무명지를 끊어 대한독립을 결의했던 연추 하리를 떠나 배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그 며칠 후인 21일 두 사람은 각각 다롄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에 올랐다. 도착지는 둘 다 하얼빈으로 같았으나, 기차에 올라탄 목적은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은 생의 마지막 야망을 대륙에서 불사르려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생을 소멸시키고자 탔다.
 
# 하얼빈으로 향하기 직전에 이토는 러일전쟁의 격전지인 뤼순의 203고지를 돌아보고 시 한 수를 읊었다. “들은 지 오랜 그 이름 203고지(久聞二百三高地)/ 일만팔천 명의 뼈를 묻은 산이라네(一萬八千埋骨山)/ 오늘 올라보니 감개가 무량해(今日登臨無限感)/ 부질없이 산마루의 흰구름만 바라보네(空看嶺上白雲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다시 만주를 탐하는 이토의 심중이 드러나는 시였다.
 
# 안 장군은 이에 응대라도 하듯 ‘장부가(丈夫歌)’를 지었다.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丈夫處世兮 其志大矣)/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時造英雄兮 英雄造時)/ 천하를 웅시함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룰꼬(雄視天下兮 何日成業)/ 동풍이 점점 참이여 장사의 의기가 뜨겁도다(東風漸寒兮 壯士義熱)/ 분개히 한번 감이여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念慨一去兮 必成目的)/ 쥐도적 이토여 어찌 목숨을 부지할꼬(鼠竊伊藤兮 豈肯比命)/ 어찌 이에 이를 줄 헤아렸으리오 사세가 본디 그러하도다(豈度至此兮 事勢固然)/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룰지어다(同胞同胞兮 速成大業)/ 만세 만세여 대한독립이로다(萬歲萬歲兮 大韓獨立)/ 만세 만세여 대한 동포로다(萬歲萬歲兮 大韓同胞).”
 
# 거사를 앞둔 25일 밤, 안 장군은 등불 아래서 8개의 탄두 위에 십자 홈을 더 깊이 팠다. 당시 안 장군이 사용한 탄알은 탄두에 십자 홈이 파인 덤덤탄이었다. 인도의 공업도시 덤덤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은 덤덤탄은 표적을 맞히긴 어렵지만, 일단 명중하면 박혀서 탄체 내의 납을 분출해 치명적이다. 그 때문에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1907년 만국평화회의에서 사용을 금지시킨 탄알이었다. 하지만 고종의 밀서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묵살당한 것을 분해했던 안 장군은 그 회의의 금지품으로 이토의 숨통을 겨냥했다. 안 장군의 브라우닝 7연발 권총에는 약실에 한 발, 탄창에 일곱 발 등 정확히 8발이 장전됐다. 그것은 ‘빈틈없이 장전된 분노!’ 그 자체였다.
 
# “탕, 탕, 탕, 탕…탕, 탕, 탕”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30분 하얼빈을 울린 총성은 모두 일곱 발이었다. 안 장군이 쏜 첫 네 발 중 세 발은 모두 이토의 폐와 복부에 명중했다. 나머지 한 발은 하얼빈 총영사 가와카미 도시히코의 오른팔에 박혔다. 뒤에 쏜 세 발은 각각 비서관 모리 다이치로의 왼팔, 만철(滿鐵) 총재 나카무라 고레키미의 오른발, 만철 이사 다나카 세이타로의 왼발을 관통했다. 마지막 한 발이 남은 상황에서 러시아 헌병들이 덮쳐 총을 떨어뜨린 안 장군은 곧장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세 번 외쳤다. 그리고 체포됐다.
 
# 안 장군의 권총에는 한 발이 남아 있었다. 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그 마지막 한 발로 우리는 이제 ‘내 안의 이토’를 쏴야 한다. 100년 전 안 장군이 겨냥한 이토는 우리의 독립과 자유, 그리고 평화를 앗아간 일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00년 후 오늘 겨눠야만 할 ‘내 안의 이토’는 분단과 분열, 그리고 끊임없는 분쟁과 파열음 속에서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우리 안의 오만과 편견이다. 이제 그것을 향해 안 장군이 남긴 한 발을 쏴라!  
 
<중앙일보 / 정진홍 논설위원>


기사입력: 2009/10/17 [20:42]  최종편집: ⓒ 안중근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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