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안중근 의사 동상 서울로 온다
<국민일보 보도> 하얼빈-장춘-심양-대련-연순감옥 경유, 인천항으로
 
단지12 닷컴

중국 하얼빈 번화가인 중양다제에 있는 유로백화점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이진학(50) 대표의 109.09㎡ 크기 사무실이 그곳.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병풍 뒤로 청동으로 만든 3m 높이의 안중근 의사 동상(사진)이 서 있다. 동상 뒤편에는 안 의사의 유묵(생전에 남긴 묵서) 30여점의 복사본이 액자에 담겨 있다.

안 의사 동상은 2006년 1월 하얼빈 시내에 세워졌다. 이 대표가 하얼빈에 안 의사 동상을 세우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안 의사가 의거를 일으킨 역사적인 장소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안 의사 동상을 세우기 위해 여러 차례 중국과 협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 대표가 동상을 세우자 일본이 보이지 않게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결국 이 대표는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11일 만에 동상을 철수했다. 그 후 3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인 관광객, 현지 교포, 유학생 등 2000여명이 이 대표 사무실의 동상을 찾았다. 한 관광객은 방명록에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합니다. 그 많은 세월 홀로 서 계셔서 머리 숙여 죄송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머나먼 이국 땅에 머물던 이 동상이 오는 15일 하얼빈을 떠나 창춘∼선양∼다롄∼뤼순을 거쳐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아직 찾지 못한 안 의사의 유해 대신 동상이나마 하얼빈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 고국 땅을 밟는 것이다.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동상건립위원회는 안 의사 동상이 하얼빈역을 출발해 안 의사의 압송 경로를 따라 1100㎞를 이동한 뒤 다음달 1일 인천항에 도착한다고 11일 밝혔다. 뤼순의 관동도독부 여순지방법원에서는 재판 기간이었던 14일 동안 머무를 예정이다. 한국에 도착하면 동상은 안 의사의 가묘가 있는 서울 효창원 백범 기념관으로 옮겨져 임시 보관된다. 이어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딱 100주년이 되는 10월26일 서울 시내에 둥지를 틀게 된다.

이번 귀향은 청년아카데미가 하얼빈 의거 100년을 기념해 미국 중국 일본 등에 10년간 12개의 안 의사 동상을 세우자는 목표를 내건 뒤 한국에 먼저 동상을 세우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설계는 이 대표의 친구인 현역 육군 대령이, 제작은 중국의 유명 조각가인 하얼빈 공대 양스창 교수가 맡았다. 비용 1억7000여만원은 이 대표 몫이었다.

안 의사 동상은 아직 서울 시내에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청년아카데미 측은 서울역광장, 청계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 청년아카데미 정광일 대표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 외에는 모든 동상들이 공원과 산 속에 숨어 있다"면서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동안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사입력: 2009/08/12 [07:52]  최종편집: ⓒ 안중근청년아카데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