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용서, 화해, 평화의 상징이 돼야 합니다.”3월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기이다. 매년 이맘때면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획기사가 많이 나온다. 올해는 더 안중근 의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이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세우면서다. 안중근 의사가 다시 벌떡 일어 설 것 같다. 동북아가 시끄럽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아카데미 대표가 한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아 주목을 끈다. <고독한 영웅 안중근 38선에 다시 묻다>라는 270쪽 책이다. 그는 3월25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보훈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저자인 정 대표는 20여년 동안 뉴욕에서 한인언론인으로 활약한 사람이다. 가족들은 여전히 뉴욕에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외 각지를 다니며 동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2005년부터 안중근 장군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언젠가 정 대표는 기자에게 이런 제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하얼빈 기념관 개소식 기사를 쓴 기자에게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안중근은 기뻐할까?”라고 물었던 것이었다.
“올해 안중근 의사가 한국 중국 일본 간에 이슈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안중근 의사를 가운데 두고 최고의 돈독한 우의 관계를 재확인했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서 크게 소외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자칫 평화의 상징이 돼야 할 안중근 장군이 악용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안중근 장군이 일본 자체를 싫어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등박문이 한국도 속이고 일왕도 속이고 세계도 속이면서,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그를 처단하면서 일본제국주의 침략정책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다음은 정광일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이 책을 펴게 된 이유, 내용 등을 물었다. 최근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 책은 어떤 책인가.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사실을 소설같이 소설을 사실같이’라는 모토로 시작해 보았다. 지난 8년 동안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에서 활동한 내용들을 소설 형식으로 소개하고 꿈속에서 안중근 장군 유해 찾기에 나선 내용을 소설형식으로 썼다. 픽션 다큐 소설인 셈이다.”
- 내용을 소개한다면.
“안중근 유해가 1950년 초에 가족들에 의해 중국 하얼빈 공원으로 옮겨졌다는 비밀을 소설 주인공이 알게 된다. 그는 2014년 10월에 중국 하얼빈 공원으로 유해 찾기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남북 민간인이 힘을 합쳐서 유해를 찾는다. 북한출신 여성들이 유해를 찾아서 남한출신 남자들에게 가지고 오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중국 측이 알게 되고 중국이 유해반출을 막기 위해 수사망이 좁혀지자 남북이 심사숙고 끝에 유해를 일단 북한으로 보낸다. 남북 간 화해협력분위기가 조성되면 안중근 장군 유해를 38선에 다시 묻는다는 약속을 한 후에 소설이 끝난다.”
-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1907년 고종황제의 밀사로 헤이그에 간 분들이 1905년에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무효라고 세계에 폭로하려다가 실패한 이후 안중근 장군이 그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토를 사살한 것이지 일본 자체를 싫어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중근 이름이 반일감정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것은 ‘안중근 평화정신이 아니다’라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안중근 장군이 순국직전까지 감옥에서 집필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미완의 동양평화론 서문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서로 상대의 주권을 인정하고 협력해서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다.”
- 안중근 의사를 ‘고독한 영웅’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안중근 장군이 순국하면서 남긴 여러 가지 유언이 있는데 대부분 그대로 된 것이 없다. 물론 유해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남북분단 상태는 안중근 시각으로 볼 때 완전한 독립이 아니다. 반쪽 독립, 불완전한 독립인 셈이다. 남북이 통일되기 전까지 안중근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차원에서 제목을 정한 것이다.”
- 해외동포에게 안중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안중근 장군은 1907년 우리나라, 당시 대한제국 군대가 일본에 의해 강제해산 되면서 각지에서 해산된 우리군인들이 의병활동을 시작할 때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 이주하게 된다. 요즘 말로는 해외이주에 해당된다. 당시 연해주는 러시아령으로 일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고, 우리 동포들의 숫자가 많았다. 거기에서 의병을 모아 무력항일투쟁을 한 것이다. 동포들을 모아 놓고 연설도 하고 그곳에서 발행되는 한인신문에 칼럼도 쓰면서 일본이 조국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조국에 관심을 갖자고 호소하게 된다. 안중근 장군은 해외 항일운동 1세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안중근 장군이 순국한지 9년 후인 1919년에 3.1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그 후부터 독립군이 본격 활동을 하게 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 해외동포들이 조국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이 책을 통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
“안중근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사살한 총을 잘 쏘는 독립운동가’ 정도로 인식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안중근은 ‘추모의 대상’이 아니고 ‘실천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우리는 모두가 안중근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안중근은 남과 북에서 함께 좋아하는 분이라고 한다. 문제는 안중근의 유훈, 안중근 정신을 실천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안중근 정신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열어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이다. 안중근 장군이 살아계신다면 오늘 날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안중근 시각으로 북한을 보고, 안중근 시각으로 통일문제를 보고, 안중근 시각으로 해외동포사회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월드코리안신문 / 이석호 기자
dolk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