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거 100주년을 맞은 안중근 의사의 삶이 연극 무대에 올라간다. 다음달 27일부터 8월29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나는 너다>. 배우 윤석화가 연출을 맡고, 그동안 TV와 스크린 연기자로 활약해온 송일국이 주연을 맞는다는 점이 이채롭다. 윤석화는 그간 연극 <푸쉬케, 그대의 거울>, 뮤지컬 <송 앤 댄스> <토요일 밤의 열기> 등에서 연출을 경험했지만 송일국으로서는 이번이 첫번째 연극 무대 도전이다.
9일 낮 대학로 ‘정미소 소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송일국은 “연극이야말로 진정한 배우 예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동안 겁이 나서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화는 “안중근의 마지막 궤적을 더듬으며 연해주 일대를 취재하는 동안, 안중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며 연출과 더불어 제작까지 도맡은 심정을 털어놨다.
“드라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를 얼마 전에 끝냈는데, 그동안 제가 연기에 대해 교만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기의 한계도 느꼈죠. 윤 선생께서 안중근 역을 제안하면서 ‘너는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습니다. 대본을 읽다가 마지막 대사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어요. 아들 준생이 아버지 안중근에게 묻는 장면입니다. 아버지는 왜, 무엇을 위해 이등박문을 쏘았냐고. 그러자 안중근이 답하지요. ‘바로 너를 위해서’라고. 그 대사가 제 가슴에 화살처럼 박혔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 역을 맡기로 했지요.”(송일국)
“이 친구를 캐스팅하는 게 쉽지 않았죠. 많이 망설였어요. 연극은 개런티가 워낙 적은데 과연 출연을 해줄까 싶었죠. 그런데 하얼빈에 갔을 때 교포들한테 들은 얘기가 제게 용기를 줬습니다.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배우 송일국이 매년 ‘청산리 대장정’을 한다고 그곳 사람들이 알려주더군요.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출연 제의를 하고 대본을 건넸습니다. 여러 번 대본을 읽어보더니 오케이 하더군요. 연극에 대해 잘 모르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믿고 도전해보겠다고 하더군요.”(윤석화)
대본은 극작가 정복근(64)이 맡았다. 그는 “아버지 안중근과 아들 준생의 삶을 대비시킨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준생은 안중근 의사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일본의 회유에 넘어가 이등박문의 사당에 참배하는 등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훌륭한 아버지에 비열한 아들’로 기억되는 존재가 됐으며,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추포령을 내리기까지 했던 인물이었다. 윤석화는 “(이 연극을 통해) 중근도 준생이 될 수 있고, 준생도 중근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송일국은 1인 2역이다. 아버지 안중근과 아들 준생을 동시에 연기한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 배우 박정자, 아내 김아려 역으로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약해온 배해선이 등장한다. 그밖에 한명구, 송영창, 원근희, 강신일 등 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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