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주년인 올해 아키히토(明仁) 일왕(日王)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김 양 국가보훈처장은 안중근 의사 유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일왕의 방한 여부에 말들이 많은 데 과거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이기도 한 올해 그의 유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일왕이 방한해서 "앞으로 잘해보자"고 한다면 말이 안 된다. 우리 내부의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만 커지는 일이다. 100년 이전부터 일본이 암암리에 또는 노골적으로 진행한 우리 영토의 강제 침탈과 합병, 그 이후 민족문화 말살과 탄압 등 과거 악행에 대해 현재 우리 국민이 이해할만한 정도의 사과와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 안 의사 유해 발굴과 반환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당국과 일본인들의 협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 문제 해결 방법은 일본의 근현대 사료를 찾아보면 나올 것이다. 또 이 문제 해결 여부는 무엇보다 현재 집권 중인 민주당을 포함한 일본 당국의 현명한 판단에 달렸다고 본다. 일본은 기록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안 의사 유해와 관련한 기록이나 정보자료가 어딘가에 분명히 보관돼 있을 것이다. 김 보훈처장의 말처럼 당시 일제는 유해를 은밀하게 이장했거나 일본으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유해 매장 관련기록과 사진 등을 공개하고 '광복되면 조국에 묻어달라'고 한 안 의사의 유언을 지금이라도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양국 간에 과거사 문제를 청산하면서 미래를 함께 도모해나가는 발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도 일본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보다 정확한 자료를 찾아서 유해발굴 작업에 나서야만 확실한 성과가 있을 것이다. 안 의사 유해가 중국의 뤼순 감옥 동남쪽 야산인 둥산파(東山坡) 지역에 묻혀 있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2006년 남북한 공동유해조사단이 현장검증을 거쳐 "매장지일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 않는가. 지금까지 뤼순 감옥 인근 지역에만 치중했던 발굴 조사의 방향을 바꿔 일본 내 관련자료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100년 전 뤼순 감옥에 갇힌 안 의사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교수형을 집행한 뒤의 유해 처리 사진과 매장지 등에 대한 정보자료 등도 일본이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는 오는 3월25일 밤에 효창공원 내 안 의사 초상화를 모셔놓은 사당과 허묘에서 광복회와 유관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사를 지낼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 행사에 안 의사 후손 등 북한 측 인사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순국 100주년이 아니더라도 안 의사에 대한 숭모 열기는 남북한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안 의사 유해 문제 해결과 독립유적지 보존 등 일제 청산을 위한 남북의 협력 여지는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제안한 평양과 서울의 연락사무소 교환 개설이 성사되면 관련 업무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일본이 안 의사 유해 발굴과 반환은 물론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사죄, 강탈 문화재 반환 등 과거사 현안 해결에 능동적으로 나선 뒤에야 한일 간 밝은 미래가 기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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