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만강철교가 러시아에 이어지는 곳이 함경북도 경흥군 경흥마을입니다. 경흥(慶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닙니까? 학교 다닐때 국사시간에 김종서의 육진개척... 하면서 딸딸 외우던, "종성 온성 회령 경원 경흥 부령"입니다. 두만강이 백두산 천지에서 출발하여 동해로 흐르는데 그 하류지역 6개군(郡)에 육진(六鎭)이 설치되었었고 육진 설치 당시에는 세종의 명을 받들어 김종서 장군이 여진족의 침탈을 막고자 국경 수비진 역할을 해내었던 지역입니다.
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이끄는 의군은 두만강을 건너 경흥군 노면 상리에 주둔중이던 일본군수비대를 급습하였습니다. 일본군은 이미 우리 대한민국 삼천리 방방곡곡에 진을 치고서 한민족몸뚱아리 구석 구석에까지 독액을 내뿜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전투에서 우리는 일본군 2명을 사살하고 수명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일시적이나마 일본군 수비대를 점거했다가 러시아령으로 귀환했습니다. 이 1차전투는 비록 소규모였으나 최초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전투였습니다. 이어서 같은해 7월에 안의사부대는 다시 두만강을 건너 함북 경흥과 신아산 부근에서 일본군과2차전투를 치르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부대는 낮에는 엎디어 있고 밤에만 행군을 해야만했습니다. 워낙 소규모 병력이라 야간 기습작전을 펴지 않고는 승산이 없었던 때문이지요. 이 전투에서는 피차간에 어려운 전투를 한 끝에 아군도 죽은자 부상자 혹은 포로된 자가 많았습니다. 다만 특기할 사항은 이 전투에서 사로잡은 일본군과 민간 장사치들을 안의사가 독단적으로 석방했고 그들에게 호신용 무기까지 지참시켜 안전하게 피신하게 조치한 처사입니다.
대붕이 아닌 참새같은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만 그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의사가 포로들을 불러서 심문을 하면서 하는 말이, " 그대들은 모두 일본국 신민들이다. 그런데 왜 천황의 거룩한 뜻을 받들지 않고, 또 일로전쟁을 시작할 때 선전서에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독립을 굳건히 한다 해놓고는, 오늘에 와서 이렇게 다투고 침략하니 이것을 평화독립이라 할 수있겠느냐, 이것이 역적 강도가 아니고 무엇이냐 " 했더니, 포로들이 눈물을 떨어뜨리며 대답하되, "우리들의 본심이 아니요, 부득이 한데서 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떳떳한 정인데, 더구나 우리가만리 바깥 싸움터에서 참혹하게도 주인없는 원혼들이 되게 되었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렇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순전히 이등박문의 허물탓입니다. 임금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지 않고 제 마음대로 권세를 휘둘러, 일본과 한국 두나라 사이에 귀중한 생명을 무수히 죽이고, 저는 편안히 누워 복을 누리고 있으므로, 우리들이 분개한 마음이 있건마는, 사세가 어찌할 수 없어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옳고 그른 역사판단이 어찌 없겠습니까. 더구나 농사짓고 장사하는 백성들로 한국에 건너 온 자들이 더욱 곤란합니다. 이같이 나라에 폐단이 생기고 백성들이 고달픈데, 전혀 동양평화를 돌아보지 아니할 뿐더러, 일본국세가 편안하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이 비록 죽기는 하나 통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하고 말을 마치고는 통곡하기를 그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이에 안의사가 말하기를 " 내가 그대들의 하는 말을 들으니 과연 충의로운 사람들이라 하겠다.그대들을 놓아보내 줄 것이니 돌아가거든 그같은 난신적자(亂臣賊子)를 쓸어버려라. 만일 또 그같은 간휼한 무리들이 까닭없이 동족과 이웃나라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고 침해하는 언론을 제출하는 자가 있거든, 그 이름을 쫓아가 쓸어버리면 10명이 넘기 전에 동양평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이 능히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하고 말하자, 그 사람들은 기뻐 날뛰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이! 하잇! 하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거기에 또 그들이 두손을 마주 비비며 애원하는 말이," 우리들이 군기 총포들을 안 가지고 돌아가면 군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안의사가"그러면 총포들을 돌려주마"하고는 "그대들은 속히 돌아가서, 뒷날에도 사로잡혔던 이야기는 결코 입밖에 내지 말고 삼가 큰 일을 꾀하라"하고는 그들에게 무기도 돌려 주고 석방을 시켜준 것입니다. 천번만번 감사하면서 돌아가는 그들 뒤에서 아마 안의사가 속으로 " 여러분 편안히 가시오. 범에게 물리지도 말고 독립군에게 들키지도 말고...."라고 전송을 했을런지도 모릅죠.
이 광경을 지켜본 아군 장교를 비롯 사병들이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색이 붉으락 푸르락 한 것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 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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